외로움.쓸쓸함. 그리고 고독
같지만 다른 의미. 이즘엔 늘 떠오른 단어들.
2011년 9월 23일의 일기
결혼을 하기 전엔
서른이 훌쩍 넘어 가도록,
그저 나 혼자여서 쓸쓸하다고 생각했다.
결혼을 하고 난 후,
그럼 그 쓸쓸함이 없어지는 줄 알았다.
그렇지만 결국 소통되지 않는 것을 깨달았을 땐...
혼자이기에 느끼는 쓸쓸함이 아니라
사람은 홀로 외로운 존재라 알게 되었다.
p.s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양희은 노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2015년 9월 23일
큰 아이를 데리러 학교 가는 길.
이 길에 나의 동행자는 늘 작은 아이.
요놈들을 데리고 집으로 오는 길은 한 시간,
또는 두 시간이 필요하다.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지,
어딜 그리 들를 곳이 많은지,
뭐 그리 볼거리가 있는지,
늘 마주하며 걷는 그 길이 이 녀석들에겐 늘 새롭다.
그러나 나의 일상은 한결같다.
지금의 나의 하루는 그저 단조롭고 답답하게
느껴지리라 여겨지는 날들.
오늘처럼 바람에 옷깃을 여며야 하는 날이면,
그림자처럼 날 힘들게 했던 감정 단어들.
외로움. 쓸쓸함. 그리고 고독.
바로 몇 해 전만 해도 늘 그랬던 그 마음이,
날 이렇게 담담히 마주하게 한다.
외로움과 쓸쓸함.
고독의 사전적 의미는 차이가 없다.
그러나 심리학적으로 외로움과 고독은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
외로움은 내가 타인을 필요로 함에도
거절된 소외와 잊히는 상실감을 내포하지만,
고독은 타인이 나를 필요로 해도 스스로 자신을
구분해 단절시키는 상태를 의미한다.
정신분석학자 설리번은 관계로부터 격리되어진
혼자 됨을 외로움이라 하고,
자신이 선택해 나다움을 찾는 긍정적 혼자 됨을
고독이라 했다.
타인에 의해 흔들리던 감정 상태 외로움을
더 이상 스스로 흔들리지 않아할 때,
비로소 나다워지는 고독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럼 난 고독한 사람이 되었는가? 그렇지 않다.
아직은 아니다.
그저 이 아이들이 하루에도 수없이 내게 전하는
달콤한 말에 내 감각이 좀 무디어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