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필요하다.
날이 춥다.
2006년 10월 25일 일기
뜻대로 안된다고 걱정하지 말라.
뜻대로 안된다고 너무 근심하지 말라.
마음이 유쾌하다고 해서 너무 기뻐하지도 말라.
오랫동안 무사하다 너무 믿지 말 것이며
처음 맡는 어려움을 꺼리지 말라.
첫 난관만 돌파하면 그다음은 오히려
쉬워지는 법이다.
---------- 중국 고전, 채근담(菜根譚) 중...
p.s 뜻대로 안된다고 걱정하지 않은지
뜻대로 안된다고 근심하지 않은지...
마음이 유쾌하다고 해서 너무 기뻐했던 기억도 희미하고,
오랫동안 무사하다 자만 할 이유도,
그저 아무것도 새롭지 않아서,
더 이상 어려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뜻을 버린 지 오래되어,
뜻이 무엇인지 잊고 있다.
그리 아니하실지에 익숙한 내 삶.
그래서 더 단단해지고 있다.
2015년 10월 24일.
오늘의 기온 영상 4도. 체감 온도 0도.
갑자기 뚝 떨어지는 이 곳의 기온.
언제 눈이 내려도 이상하지 않은 하루를 맞이하는 날.
강렬한 이 곳의 햇볕이 구름에 가려, 이 아침 유난스레 스산한 추위가 느껴진다.
이런 날은 그저 이불 속에서 가만히, 가마니가 되어 누워 있어야 하는데,
남들 일하는 휴일에 일하는 남편 때문에 간단한 아침 거리와 샌드위치라도
챙기려니 일어나야 한다.
아. 귀찮다.
내 몸이 하루 만에 20도 차이 나는 날씨를 따라가지 못하니,
날 따뜻하게 할 무언가가 당장 필요하다.
우선 거실에 벽난로부터 켜고, 털 슬리퍼를 신고, 두 팔을 편히 사용하려니 커다란 할머니 조끼를 걸친 후,
당을 높여 줄 달달한 커피 한잔을 내린다.
좀 살 것 같다.
아이들은 아이들데로 아침부터 Wii fit 운동을 키고 집안에서 방방 뛴다.
우리 식구 모두, 추위에 각각의 살길을 찾고 있다.
9년 전 오늘.
그때 나는 마음이 너무 추웠다.
그 헐벗은 내 마음을 감추기 위해,
나는 모든 것에 담담해지는 나로 더이상 상처받지 않을 방법을 찾았다.
담담함이든,단단함이든,
마음이든,몸이든,
이렇게 추운 기분이 들면,
나를 위해,무엇이든 필요하다.
그땐 그렇게 나를 위안했고,
지금은 커피로 나를 달랜다.
참 다행이다.
날 위로하는 방법이 점점 쉬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