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Brunch

무엇이든 필요하다.

annelife 2015. 10. 25. 04:48

날이 춥다.

2006년 10월 25일 일기

뜻대로 안된다고 걱정하지 말라.

뜻대로 안된다고 너무 근심하지 말라.

마음이 유쾌하다고 해서 너무 기뻐하지도 말라.

오랫동안 무사하다 너무 믿지 말 것이며

처음 맡는 어려움을 꺼리지 말라.

첫 난관만 돌파하면  그다음은 오히려

쉬워지는 법이다.  

 

---------- 중국 고전,  채근담(菜根譚) 중...

p.s  뜻대로 안된다고 걱정하지 않은지

     뜻대로 안된다고 근심하지 않은지...

     마음이 유쾌하다고 해서 너무 기뻐했던 기억도 희미하고,

     오랫동안 무사하다 자만 할 이유도,

     그저 아무것도 새롭지 않아서,

     더 이상 어려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뜻을  버린 지 오래되어,

     뜻이 무엇인지 잊고 있다.

     그리 아니하실지에 익숙한 내 삶.

     그래서 더 단단해지고 있다.

 

2015년 10월 24일.

오늘의 기온 영상 4도. 체감 온도 0도.

갑자기 뚝 떨어지는 이 곳의 기온.

언제 눈이 내려도 이상하지 않은 하루를 맞이하는 날.

강렬한 이 곳의 햇볕이 구름에 가려, 이  아침 유난스레 스산한 추위가 느껴진다.

이런 날은 그저 이불 속에서 가만히, 가마니가 되어 누워 있어야 하는데,

남들 일하는 휴일에 일하는 남편 때문에 간단한 아침 거리와 샌드위치라도

챙기려니 일어나야 한다.

아. 귀찮다.

내 몸이 하루 만에 20도 차이 나는 날씨를 따라가지 못하니,

날 따뜻하게 할 무언가가 당장 필요하다.

우선 거실에 벽난로부터 켜고, 털 슬리퍼를 신고, 두 팔을 편히 사용하려니 커다란 할머니 조끼를 걸친 후,

당을 높여 줄 달달한 커피 한잔을 내린다.

좀 살 것 같다.

아이들은 아이들데로 아침부터 Wii fit 운동을 키고 집안에서 방방 뛴다.

우리 식구 모두, 추위에 각각의 살길을 찾고 있다.

9년 전 오늘.

그때 나는 마음이 너무 추웠다.

그 헐벗은 내 마음을 감추기 위해,

나는 모든 것에 담담해지는 나로 더이상 상처받지 않을 방법을 찾았다.

담담함이든,단단함이든,

마음이든,몸이든,

이렇게 추운 기분이 들면,

나를 위해,무엇이든 필요하다.

그땐 그렇게 나를 위안했고,

지금은 커피로 나를 달랜다.

참 다행이다.

날 위로하는 방법이 점점 쉬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