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Brunch

튼튼한 엄마가 되는 건 어렵다.

annelife 2016. 10. 7. 08:20

2005년 9월 14일 일기에...
보이는 그대의 모습보다
보이지 않는 그대를 더 사랑하려 합니다.
왜냐하면 나의 눈은 이미 편견과 오류에
젖어 있으므로,
왜냐하면 보이는 것이 보이지 않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므로,
왜냐하면 보이는 것을 사랑하기에는 
괴로움이 많아 작은 내 가슴이 산산이
부서져 내리므로,
꽃 한 송이 키우는데도 오랜 시간과 물과
인내가 필요하듯이,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기 위해 
나는 내 몫의 고통을 진주처럼 키워가야 할 것,
"아픔이 없이는 성숙할 수 없다"라고 
누가 한 말을 기억합니다.
당신의 창에 부딪히는 빗방울처럼
수없이 아파하였어도 
그것이 보다 큰 성화의 조건이라면 
기꺼이 열 번, 스무 번,
아니 백번이라도 부딪치겠습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모든 이상과 판단을
중지시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나는 믿습니다.
사랑하기 시작하였을 때 꽃씨 하나가 뿌려집니다.
- - - 류시화 님의 '보이는 그대의 모습보다'...
p.s 보이지 않는 것을 믿으며...
보이지 않는 것에 감사하며...
보이지 않는 것에... 행복해하고...
보이지 않는 것에 기뻐할 수 있는...
나 그런 사람이고 싶다.
 
2016년 10월 4일 일기

어제 아이의 학교 코디네이터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preschool, kindergarten을 보내던
처음엔 집에서 영어를 사용하지 않으니
아이가 제대로 수업에 적응할 수 있을지 염려했는데,
선생님의 잘하고 있다는 의견과
아이의 report card를 보고 마음을 놓았다.
그래서 grade 1학년이 된 후에는
걱정하지 않았는데......
웬 전화일까? 학교로 받은 첫 전화에
아이는 무슨 일인지 내게 계속 묻는다.
그래서 별일 아니란 듯, 선생님이 너의 영어에 대해
할 이야기가 있으신가 봐
말해주곤, 아이는 그 날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자면서도 중얼 중얼 영어로 말한다.
그리고 아이는 이틀 동안 배탈이 났다.
아이는 나를 닮았다.
아이가 잠들지 못한 그 밤 내내, 뒤척뒤척
나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학교로부터 전화 한 통 받은 건데,
인터뷰 날짜를 잡았으니 이야기 나누고 오면
되는 건데...
잠든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깨닫는다.
내가 얼마나 나약한지,
안 그런 척했지만 아이가 이미 알았다.
엄마가 당황했다는 걸, 
너무 내 아이에 대해 마음을 놓고 있어서
그랬다고 변명하기엔, 내가 불안했다.
나는 그 후, 아이의 아젠다를 통해 무엇에 대한
인터뷰인지 질문을 써보냈다.
선생님은 아이가 앞으로 시작하게 될 쓰기에
발음에 대하여 아이가 혼란이 생길까봐
미리 말한다고 적어 주셨다.
별일 아니었다.   
아이는 나의 거울이 된다.
엄마가 불안하면, 아이도 불안하다.
내가 아무리 안 그런 척해도, 아이는 이미 느꼈고
불안함을 몸으로 표현했다.
이젠 튼튼한 엄마가 되어가고 있나 싶었는데,
여전히 약한 엄마이다.
아이에게 미안하다.
나에게 다시 싸인이 보였다.
삶에 나를 돌아볼 멈춤의 시간이다.
좀 더 든든한 엄마가 되기 위해, 
나 자신이 더 튼튼해지기 위해,
하던 것을 내려놓고 멈추어보기로 한다.
 
갈림길
그 삶의 길에 잠시 신호가 켜졌다.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은 필요하다.
아주 잠시, 아주 짧게... 아주 순간일지라도
자신의 의지 따위완 아무 상관없이
본연의 흐름대로 요동 없이 흐르는 시간 앞에서라도,
자신의 삶애 멈춤이 필요하다.
그리고 생각해야 한다.
최소한 나 자신을 떠올렸음을 깨달아야 한다.
내가 나의 삶을 사랑함을...
그래서 받아들였음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감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