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안녕. 밤새 안녕.
다시 체기가 시작됐다.
특별한 이유는 없는데, 아이들 학기가 시작되고, 약간의 긴장과 다시 리셋되는 루틴이 좀 버거웠나?
그제 따뜻함을 이유로 한 가득 커피를 한잔 더 마신 후 울렁거림과 어지러움이 시작되었다.
속 아픈 걸 말하고 싶지 않아서 엄마에게 이틀 전화를 하지 않았다.
매일 전화하다 보면 너무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나와서, 종종 하지 않으려 한 이야기도 나온다.
그래서 이틀 잘 넘기고 좀 괜찮아지는 것 같아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너무 전화하지 않으면 걱정하기도 하시니... 삼일을 넘겨 전화하지 않으면 괜한 염려를 더하신다.
아...
그런데 엄마와 나 둘 다 며칠 전화를 꺼리고 있었다.
엄마는 엄마데로... 나는 나데로,
엄마가 무겁게 말을 꺼내신다.
너에게 말을 할까 말까 했는데, 어차피 알 거니까... 하시며,
내 사촌이 죽었단다. 그제.
이제 마흔둘 밖에 안됐는데...
마음에 구멍이 뚫린 듯 찬 바람이 몰아친다.
휴...
깊은 한숨.
무거운 숨소리.
엄마와 나 둘 다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할 말을 잊어서,
'엄마 아침 그래도 꼭 챙겨 드세요. 기운 없으면 안 되니, '
'너, 커피 마시지 말고 몸 따뜻하게 해. 그렇게 자꾸 체해서 어쩌니...'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다시 머리가 무거워 두통약 하나를 먹고 누운다.
너무 졸리다.
밤 잠을 이루지 못해, 오늘도 머리가 아프다.
그럼에도 속을 달래려 아침을 먹어야 할 것 같아 밥을 좀 먹는데, 맛이 없다.
아이들에겐 빵을 먹으라고 하고, 다시 누운다.
이민생활 13년 차.
그동안 참 많은 사람이 내 곁을 떠났다.
그 사람들 중 제대로 얼굴을 마주하고 그 죽음을 함께 슬퍼할 기회가 없다.
늘 뒤늦은 소식에, 내 기억의 조각을 떠올리며 늦은 밤 혼자 눈물을 흘린다.
그래도 그들 모두 내 인생의 한 순간을 지났고 추억으로 저장되어있는데,
나도 그 인연을 공유한 사람들과 같이 슬퍼하며 보내야 하는데...
죽음은 언제나 가깝다.
이별은 항상 힘들다.
애도는 그래서 늘 오래간다.
p.s 언젠가부터 밤새 안녕 이란 말이 얼마나 많은 이야길 지니는 말인지 알게 되었다.
제발... 모두 밤새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