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 즘엔, 이젠 감사로~
이때쯤이 되면 난 늘 깊은 우울감을 느꼈다.
가을은 좋아하면서도 싫어하는 이즈음...
오랜만에 지인이 찾아와 한동안 못 나누었던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갔다.
요즘 하루하루가 꽉 차게 돌아가는 기분이라...
계획에 없던 티타임이 그 어느 날보다 여유로 느껴졌다.
그렇게 지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대화를 마치고, 아이를 마중하러 나가고, 저녁 준비를 할 때야,
오늘이 결혼한 날인걸 알았다.
아~ 나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평소의 우울감을 잊고,
그냥 지나갔네 웃음이 난다.
나의 우울감 따윈 기억도 못할 만큼,
이젠 정말 감사해졌구나.
그때, 남편의 문자가 왔다.
내가 좋아하는 꽃을 찾고 있는데, 그 꽃이 없단다.
남편 왈~ "장미는 싫어? "
"장미 싫어."
고민하는 그에게 "다른 꽃 없어? 장미 말고, "
"설마 예쁜 게 없을까? 못 고르는 거겠지."
그렇게 보냈더니, 어쭈. 기다려보란다.
그리고 그가 골라온 꽃이다.
그래도 이제 여러 고비를 넘기며 살아보니, 최소한 내가 싫어하지 않을 만한 것이 무엇인지는 안 것 같다.
꽃을 꽂고 바라보니 우리 집에 제법 잘 어울린다.
차분하고 따스한 풍경에 마치 있던 것처럼...
잘 먹지 않는 케이크도 사 왔기에, 그건 그냥 냉장고에넣었다.
아침에 두 아들에게 먹이면서,
"아빠가 사 온 거야. 엄마,아빠 어제 결혼 기념한다고, 그런데 아들들이 먼저 먹네." 말했더니,
나에게 한 입 떠주며 엄마 먼저 먹으란다.
아들이 눈치가 있어 다행이다.
아직 더 키워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진 착하게 잘 자라주어 너무 감사하다.
요즘은 모든 것이 다 감사하다.
모든 게 달라져서 감사한 게 아니라,
그저 내가 감사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어서 감사하다.
그래서 내 마음이 담담하고 평안하다.
시선이 달라진다는 건, 마음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