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Episode 2

엄마와 통화는 여전히 진행 중.

annelife 2022. 11. 26. 05:23

친정 엄마와의 전화 통화엔 요즘 새로운 인물의 등장으로, 내가 '3인칭 관찰자 시점'이 되어 있다.
그 인물을 '상냥한 oo님'으로 지칭하고 있는데,
아직 그녀를 본적이 없지만, 그녀는 이미 우리 집의 일원으로,
'상냥한 oo님'으로 불려지고 있을 만큼, 친절한 이미지이다.
내가 본적도 없고, 이야기를 나누어 본 적도 없는 사람을 먼저 정의하는 일이 흔하지 않은데, 
그래도 엄마와의 통화에 그녀가 종종 등장하다 보니,
마치 나는 그녀를  알고 있던 것 같은 기분도 든다.
그러나 나는 그녀를 모른다. 
엄마는 우리집에서 맞이하는 그녀의 첫 생일을 어떻게 준비해 줄지,
생일 상을 차릴지, 메뉴는 뭘 해야 할지, 생일 용돈으로 줄지? 선물로 할지? 등
생각지 않았던 일들을 고민하며 나에게 물으신다. 
그러나 보니 본의 아니게 나는 그들을 바라보는 제3의 관찰자 시점이 되는데,
그 인물의 등장이 친정집에 소소히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서 다행이다.

내가 세상을 보는 태도

엄마가 며칠 전 지인분들과 모임에 대화로~
자신들이 죽고 나면 누가 가장 슬퍼할지를 이야기 나누셨다고 한다.
대부분 자식보단 남편이 가장 슬퍼할 것 같다고,
마지막엔 다른 분들도 "다 남편이지" 라며 동의하셨다는데,
엄마만 자신은 끝까지 남편 아닐 것 같다고 말하셨단다.
엄마 생각엔 왠지, 남편도, 아들도 아닐 것 같고,
딸인 내가 제일 슬퍼할 것 같아서,
"딸이 제일 슬퍼할 것 같아." 그랬다고...
그걸 나에게 왜 말하는 건지!
나는
"엄마 하나 더 있어. 우리 집에 작은 녀석...
할머니 돌아가시면 너무 슬플 것 같다고 말하는 꼬맹이 있어.
이 아이 지 혼자 이 생각 저 생각하다가,
만약 할머니 할아버지 돌아가시면 자기 너무 슬프다고 울며, 나에게 오는 애 있어." 그랬다.
 
언젠가부터 언제든 내 부모님도 돌아가실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고 혼자만 생각해보곤 하던 일이,
이제는 내 아이도, 나의 부모도 이야기하게 되는 그런 자연스러운 일이 된 시간.
 
전화 통화를 마친 후, 잠시 힘들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대화를 끝내고도,
여운이 길게 남은 통화 후엔,
그 하루가 아주 길고, 더디고, 무겁다.
여전히 좀 더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