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Episode 2

10월에 초입

annelife 2023. 10. 6. 04:59

한 분기에 한번 글이라니.....ㅎㅎㅎ
벌써 10월이다.
올해 초 한국 다녀온 것을 이후로 한 해가 다 가는 기분
무슨 일이 매일 소소히 일어나는 것 같은데,
다행히 더 큰일로 이어지지 않고,
그저 감사로 마무리되는 날들이...
                              *
지난주 큰 아이가 첫 버디 페이를 받아왔다.
처음으로 일하고 받은 돈이라 저도 신기하고 기쁜 듯.
그런데 엄마가 처음으로 일한 돈은
하나님께 온전히 드리는 것이
성경에 있는 말씀이라고 알려줬더니,
엄마가 자기를 엄청 고민스럽게 했다고 입술이 나왔다.
그렇게 며칠 그 아이는 그 일에 대해 입을 다물고,
지켜보는 나도 조용히 며칠이 지나 주일을 앞두고
 
"하진아,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결정했니?" 
“엄마 맘데로 해."
"아니야. 그건 니가 애써서 번 거니까 네가 결정해야지. 엄마는 그저 너에게 알려준 거야."
 “그냥 다 헌금할게요."
 
그 말이 나오길 기다린 보람이 느껴질 만큼
내 마음에 기쁨이 넘쳤다.
그 마음을 갖기까지 그 아이는 얼마나 고민스러웠을까 이해가 되면서도,
그것이 앞으로의 여러 결정 중 가장 쉬운 선택이었음을
그것으로 인해 하나님이 보시는 마음에 가장
큰 중심임을 언젠간 그 아이도 알게 되길
그 후, 나는 아이에게 그 아이가 번 것보다
조금 넘는 돈을 선물로 주었다.
                                *
남편이 갑자기 일하다 말고, 응급실에 간다고
연락이 왔다.
몇 주 전부터 옆구리가 아프다 말다 하더니,
더 일하기 어렵다고 아무래도 병원을
다녀와야겠다고 한다.
낮 12시에 들어간 응급실에서 4시가 되어,
겨우 피검사, 소변검사하고 결과를 기다린다는
문자가 왔다.
아이들 저녁 먹이고, 아무래도 본인이 운전하고
오기 힘들 것 같아 지인에게 부탁해서 병원으로
가겠다고 했더니, 진통제를 먹었고 CT검사를 받기
위해 현재 기다리는 중이니 오지 말라고 한다.
밤 10시 '헬같은 캐나다 의료시스템'을 욕하며
나갈 준비를 마치고 남편에게 문자를 했다.
지금 막 CT검사를 받았고 결과를 듣고 가라고 했다고 지금은 진통제를 먹고 안 아프단 문자가 왔다.
밤 11시 35분 그가 집에 왔다.
신장결석이라 물, 맥주 많이 마시라고 아프면
모르핀약을 먹으라고 했다며 진통제를 얻어왔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 먹어 힘들다면서도
잠은 안 온다고 게임을 하려고 해서,
이제 살만한가 보다고 한소리 했다.
12시간 걸려 겨우 알게 되었어도 병명을 알았으니
그나마 마음에 평화가 있다.
올때까지 잠 안 자고 기다려 준 내가 고마운지,
내가 결석으로 병원에 갔을때, 아프다 소리 한번
안했던 것이 본인 기억에 떠올라 미안했는지,
자긴 와이프 있어서 다행이라고 안하던 소릴 한다.
 
12시간 동안, 잠깐 여러 생각이 들었다.
혹시란 가정하에 현실적인 문제와 해결책을 떠올리며 그런데 그럴수록 망막하고, 여전히 난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게 없고……
그저 조용히 하나님을 부르며,
좌절하지 않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간절함만이 남았다.
그리고 오늘도 감사로 마무리되는 날이다.
 

지나고 나면 더 아름다운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