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시간 하늘의 시간
AM. 10시
집 앞 카페에 혼자 앉아 내 얼굴만 한 사이즈
캐라멜마끼아또 한잔 시켜 놓고 시간 때우기를
하고 있다.
오늘 우리집 인스펙션하러 온다고 해서,
아침 청소를 마치고 집 2시간 비워주기.
이 시간 카페안 옆 테이블에 앉은 노부부는 프렌치,
저쪽 테이블 한 무리는 영어,
창밖에 지나가는 사람은 한국 사람처럼 보인다.
어지럽다. 조화롭다.
몇일 정신없이 다닌 것을 생각하니 이 시간이
감사하다.
집 리스팅을 내려놓은 후 주일 쇼윙을 원하는
리얼터의 연락을 받고, 고민했다.
두달 집을 리스팅 했고, 매매로 이어지지 않아서
그것이 인도하심이라 여기며 마음을 내려놓았다.
아이들 개학과 교회 공사로 분주한 한주를 보내던 중,리스팅 내린 집을 보러 오고 싶다는 요청이라니,
문득 이게 인도하심의 연장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나에게 질문하다가
주신 마음에 마지막 쇼윙이라 리얼터에게 말하고,
주일 아침 청소 후 키를 주고 예배를 갔다.
그리고 다음날 오퍼를 받았다.
계약은 최대한 심플하게 진행되리란 마음으로,
인도하심이라면 과정도 순조롭게 흘러가리란
마음으로, 그러나 돈이 오가는 일에 날 것 같은 상대의속을 마주하는 과정으로 하루를 다 보내고,
상대가 원하는 가격, 원하는 이사 날짜에 하루 종일
나를 시험하듯 시간차를 두고 하는 딜에
결굴 그 밤 오퍼를 수락하지 않겠단 문자를 보냈다.
‘주님… 제가 잘못한걸까요?’
‘저 마음 지키려 애썼는데, 제 뜻일까요?’
다음 날 아침.
어수선한 감정을 갈무리 하기 위해, 찬양을 들으며,
묵상의 시간을 갖던 중에 전화가 왔다.
그쪽 태도가 달라졌다.
이사 날짜는 자신들에게 꼭 맞추어 달라는 부탁에,
가격은 내가 말했던 최종 가격으로…
OK.
이것을 최선이라 여기자.
욕심을 더 내어 요구해도 아쉬울것은 없는 상황이지만,
그건 말대로 내 욕심이니,
처음 가진 마음을 잊지 말자.
그리고 이제 나는 급히 이사 가야 할 집을 찾고 있다.
이 급박한 상황이 일어남에
나는 오 주님을~ 외치게 된다.
그러나 이 가운데 인도하실 주님을 믿기에,
내 형편에 가장 좋은 것으로 준비해 주셨으리라.
그 아침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묵상하다가 조정민 목사님의 ‘땅의 시간 하늘의 시간’이란 책을 발견 했다.
*
우리는 장소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장소 때문에
시간을 희생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큰 집에 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아 버립니까.
이것이 우리의 패러다임입니다.
왜입니까? 집은 보이고 시간은 안 보이니까요.
돈은 보이고 생명은 안 보이니까요.
믿음 없는 삶이란 공간을 선택하기 위해서
시간을 버리는 삶입니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시간을 위해서 공간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믿음 사건이란 사망의 시간에서 생명의 시간으로
옮겨지는 사건입니다.
내 시간표가 아니라 하나님의 시간표를 따르는
패러다임의 전환입니다.
우리의 시간을 온전히 바꾸는 작업입니다.
우리는 이 사건의 의미를 제대로 다 알 수 없습니다.
얼마나 엄청난 일이 배후에서 진행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믿음이란 하나님을 다 알 수 없지만 그분을 믿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믿음으로밖에 다가갈 수 없고,
믿음으로밖에 이해할 수 없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때에 민감해야 합니다.
내 시간표를 내려놓고 예수님의 시간표를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시간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게으르거나 조급할 뿐입니다.
우리는 대개 하나님의 시간이 느리다고 느낍니다.
우리 삶의 패턴이 점점 조급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시간에 있으면 조바심이 나지도
게을러지지도 않습니다.
-------- 땅의 시간 하늘의 시간 중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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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주님. 제가 하늘의 시간을 바라보며,
땅에 시간에 묶이는 삶 되지 않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