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볕에 독서
오랜만에 읽고 싶은 책을 받았는데,
잔뜩 여유 부리며 읽고 싶은 마음에,
식탁 한편에 올려두고 표지만 보다가
가을볕이 좋은 날,
아이 라이드 핑계 겸 일찍 나와서 아이 학교 근처
햇볕 잘 드는 곳 주차장 차 안에서 책을 펼친다.
몇일 전부터 잠을 잘 못 자고 기억도 나지 않는
꿈들로 맘이 편치 않았는데, 집안 공기보다 바깥이
햇볕이 따뜻해서 굳어 있는 몸이 좀 느슨해진다.

심정이 사납다.
심정이란? 내면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감정
조용하고 잠잠한 내 현실 세계와 상관없이
근래 스스로 가늠해 보는 나의 상태이다.
이유를 찾고있다.
우선 잠을 잘 못잔것이 컨디션을 저하시켜
피곤함이 쌓였고,
기온차가 심해지며 면역질환으로
귀 통증과 근육통으로 상태가 더 안 좋아졌다.
컨디션이 나쁘니 커피를 마시지 못해
금단 증상으로 두통이 생기고,
기력이 달리니 당분만 과다섭취로 소화는 안되고
몸이 무거워져 기분까지 나빠지고 있다.
예전엔 심리적 상태가 신체화 증상을 만들었는데,
이젠 신체적 상태가 심정 사나운 증상을 만들고 있다.
첫 신체화 증상은 이명이었다.
한쪽 귀가 찌르는 듯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더니
양쪽 귀로 주변의 소리가 다 울리기 시작했다.
어린 두 아이와 길에서 당황했던 모습이 기억에 있다.
그 후 내 마음이 버거워질 때마다,
몸은 다양한 신체화 증상으로 내 상태를 알려줬다.
음식 냄새만 맡아도 구토를 하고,
일반적인 음식도 소화시키지 못하고,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떨리는 증상이라던지,
혈압이 급작스레 떨어져 호흡이 안되거나,
결석이 생겨 한동안 미열에 시달렸다.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되어 건강 검진을 받고 나면,
의사의 말은 “왜 빨리 안 오셨나요? 힘들었을 텐데…”
라는 질문이었다.
병명을 듣고 거의 나아가는 시기란 소리를 들을 때마다
돌이켜 생각하면 ‘하나님이 돌보심’이란 고백을
할 수밖에 없는 시간들.
나는 늘 긴 자가치유의 기적을 체험하며 지냈다.
그래도 한번 아팠던 부분은 여전히 약하기에
조심해야 하는데, 마음이 편안하다고 여기니,
몸도 그러리라 방심한다.
요즘같이 기온차가 심해지면, 혈압이 낮아져
몸의 온도가 잘 오르지 못해 오한이 오고,
잠만 좀 못 자도 이명이 들리고,
조금만 무리해도 몸살이 오는 걸,
내 시간을 갖고 싶어서, 루틴 만들기만 급급했다.
몸이 아파서 마음까지 부정적인 감정에 휘둘리는
상태를 인지하고 나서야 원인 찾기에 급급하다.
악순환이다.
몸도 마음도 내 뜻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음을
또 잊으려 하다니……
아버지, 제가 너무 바빴네요.
주신 몸을 귀히 여기지 않고, 함부로 하다가
몸이 힘드니 주님의 일도 기쁨이 없이 행위로 하고,
도움의 부탁도 어쩔 수 없이 위선으로 행하며,
나눔과 베품에도 한없이 인색해지네요.
하나님과 나와의 시간이 온전히 채워지지 못하니,
내 속에서 불평과 불만부터 차오르고,
나부터 위하고 싶은 내 마음으로 결론하며
주님 먼저가 아닌 제가 먼저가 되네요.
주님, 회개합니다.
제 중심이 아닌 주님 중심이 되게 해 주세요.
주님 주신 몸 귀히 여기며, 아프면 아플수록,
주님께 의지하며, 진정한 마음의 헌신으로,
행위의 맹목성이 아니라,
주 앞에 자유함으로 행하는 자 되게 해 주세요.
주님, 나의 모든 시간 온전히 드리기 원합니다.
주님 원하시는 나로 살아가길 원합니다.
주님과의 고요한 시간으로 충만하게 해주세요.
아버지 회복시켜 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PS.오랜만에 구입한 책은 잘 읽히지 않고 있다.
글쓴이의 관점이 궁금했는데,
내가 보고 싶은 시점과 부합되지 않으니
쉬이 읽히지 않는다.
책은 쓴 사람 마음인데, 여전히 난 내 마음이고……
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러나 내 마음이 비워지고 나면,
작가의 마음도 깨닫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