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짐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2005년 12월 6일.
밤이 되면 한없는 우울감에 빠지고,
아침이 되면 다시 모든 것에 익숙해진다.
어제의 내가 내가 아니듯,
지금의 나도 다는 아닌데...
어느 것이 내 마음의 진심인지,
어느 것이 진정 내 모습인지...
알수도 없고,
알아도 별수 없다.
다만 밤보단,
아침이 더 감사하다.
감사하다고 말할 수 있는 내일이 존재함이 감사하다.
바람꽃은 시들지 않는다 --- 유안진---
내일 몫은 기쁨
내일 몫은 환희
내일 몫은 찬란함
내일 몫은 영광
내일 몫은 눈부신 황홀이니
나는 견디리
견디어 이기리
오늘 비록 비가 내려도
내일은 해가 뜨리
저 하늘의 무지개 그 약속을
믿으리
p.s 주문처럼 외우던 시.
2015년 12월 6일.
잠결에 아이가 훌쩍거린다.
왜 그래? 왜 울어? 무서운 꿈꿨니?
엄마, 죽기 싫어.살고 싶은데.
잠들기 전 아이와 대화때문이였다.
아이는 친정에서 키우던 강아지를 왜 볼 수 없는지
물었고,
난 이제 세상에 살지 않은 강아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이는 죽음을 내게 질문했고,
난 돌아가신 아이들의 친할머니 이야기로,
우리는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기도
해준 후 잠이 들었는데,
감수성이 높은 아이는 잘 잠들지 못했다.
큰 아이가 태어난 해, 시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곳에 모든 사람들이 검은 옷을 입고, 울었고,
한명씩 아이 앞을 지날때마다 이 작은 아기를
쓰다듬으며 슬픈 얼굴로 아기를 마주했다.
그때 난, 아이를 보며 괜찮아. 괜찮아.
우리까지 너무 슬프진말자.
그렇지만 어린 아기였던 내 아이도,
나도 전혀 괜찮지 않았던 기억.
아이는 누군가 우리집을 방문하고 돌아갈때 마다
한참을 울며 힘들어했다.
그리고 좀 무디어졌다고 생각했는데,
헤어짐에 여전히 아이가 익숙해지기 어려워했다.
그렇게 나와 아이는 아무런 준비도, 이해도,
애도도 하지 못한 시간을 보냈다.
헤어짐엔, 모든 이별엔 충분한 준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죽음 같은 단절은 깊게 애도할 수 있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게 헤어짐에 대한 예의이고, 배려이다.
그리고 헤어짐을 받아들임에 대한 이해와 위로이다.
p.s 작년 이즘에,우리 집 강아지가 세상을 떠났다.
이 세상에서 산 충분한 시간이였기에 담담히 보냈지만,
여전히 생각이 날때마다 코끝은 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