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에 연락을 못했던 오랜 친구의 카톡을 받았다.
친구 언니 집에 걸었던 내 그림들을 이사로 옮겨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묻는 카톡이었다.
대학 4학년때 첫 대회 준비로 준비했던 입상작 한점과
그룹 전시 출품을 위한 그림 한점.
예전 그림들을 친정 집에 쌓아 둘 수도 없고, 캐나다로가져 올수도 없고, 정리하며 버리자니 그때 내 마음이좀 아쉽고, 그래서 걸고 싶다는 연락에 얼른 보냈던…
그 그림들이 다시 갈 곳을 잃었다.
그래도 지금까지 그림을 잘 걸어주었으니,
그냥 없애도 별말 안했을텐데…
내 작품이라고 묻는 친구의 연락이 고맙다.
잠시 고민하다, 이사한 친정집엔 더 둘 곳이 없고,
오빠에게 문자를 보내, 좀 보관해 달라고 말했다.
이렇게 떠도는 내 그림들...
버리는 것도, 치우는 것도 내가 해야할 것 같은데,
한국을 못 간지 4년 차라 그림까지 챙길 여력이 없다.
그림을 그렸던 그때의 기억들과 지금의 내 처지가 같이 떠오르는 이 밤.
여전히 생각이 많은 밤이다.


아이를 데리러 학교에 가는 길...
온 세상이 그린 그린이다.
나무가 많은 이 도시는 나에게 생기를 준다.
언젠가부터 녹색이 좋다.
어린 시절 나는 보라색을 좋아했고, 무슨 물건이든
보라로 선택했다.
작업을 한다고 했을땐, 모든 게 검정이였다.
어둡고 우울한 그 시절 그림은 모두 검은색이다.
지금은 그림을 그리지 않지만,
현재 나의 색이 무엇일까 묻는다면 녹색이다.
그림을 다시 그릴 마음이 주어진다면,
녹색으로 가득한 그림을 그릴 것 같은 기분으로
이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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