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Brunch

거리감. 그 관계의 어려움.

annelife 2015. 9. 22. 05:19

             2004년 9월 21일  그날 일기.                                                                      

나는 힘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아.

힘내라는 격려의 말을 기대하고 있니?

그건 지금 네게는 역효과야.

'힘내라, 열심히 살아라'라고 격려하는 소리들만 넘치는 세상,

이제 사람들은 그런 말로는 참된 힘이 솟지 않아.

나는 도리어 이렇게 말하고 싶어.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 

-------------   츠지 히토나리 『사랑을 주세요』 中
p.s  오늘 아는 언니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마음껏 해... 너 마음 가는 데로... 마음껏.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음을 너무도 잘 알기에...
정말 듣고 싶은 말은 말이었다.
가끔은 듣고 싶은 말 만 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오늘 같은 날엔...

 

2015년 9월 21일 일기.

어제 내 아들이 울음을 터트렸다.

형아들과 함께 축구를 하고 싶으나 같이 놀아주지 않는 형아들.

여럿이 한 아이를 떼어 놓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나,

그 틈에 같이 놀기 위해 악착같이 따라 붙는 아이나,

지 또래보다 큰 덩치로 저도 마치 큰 형아인 듯,

늘 형아들과 함께 놀기를 원하는 아이.

그런 아이와 같이 놀기 싫은 두 살 많은 형들.

엄마 맘으론 같이 좀  놀아주면 참 고마우련만,

어디 그게 내 맘대로 되는 일이랴.

그저 아이가 그만 울음을 멈추고 속상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

어젠 한동안 울음을 멈추지 않아, 결국 우는 아이를 안고 달랬다.

 

"하진아. 형아들이 함께 놀아주지 않아 많이 속상하지!

하진이가 너무 슬프게 우니, 그 모습을 보는 엄마도 슬프다.

형아들은 아직 너가 어려서 함께 놀고 싶지 않데,

그러니 그만 울고, 너는 동생들과 잘 놀아주는 형이 되렴."

딱 아이 같은 맘으로 아이에게 말하고 나니 아이가 울음을 멈춘다.

잠시 나의 유치 찬란한 위로에 머쓱하지만,

어쩌랴! 내 맘이 그러한걸...

 

아이나 어른이나 늘 인간관계는 어렵다.

내가 11년 전 일기를 읽고서,

그날의 일을 다 기억하진 못하지만,

아마 직장 내에서의 어려웠던 시기라  짐작한다.

심리학적으로 인간 관계의 친밀도엔 모두 다른 거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서로 다른 거리감으로 인해 관계의 어려움이 생긴다.

갑자기 침범당하거나, 너무 멀어졌을 때 우리는 상처를 받는다.

계속되는 친밀감을 유지하기 위해선 그 거리를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관계의 일방통행은 관계 유지를 위한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그럴 땐 멈추고 돌아설 줄 아는 쿨함이 필요한데,

그 쿨함이 아주 힘들다.

여전히 나도 그 거리를 파악하는 일이,

그리고 멈출 줄 아는 쿨함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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