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Brunch

첫사랑

annelife 2016. 3. 19. 05:19

첫사랑이 떠올랐다.

2004.03.06 일기.
누구나 지니는 첫사랑. 
나도 그 첫사랑의 기억을 지니고 있다. 
그 두근거림. 
설렘 
마음 떨림. 
내 모든 것을 줄 수 있을 것 같지만, 
제대로 마음 한번, 말 한번 고백하기 어려워하던 어설픔. 
내가 아닌 내 모습에 스스로 놀랐고,
그런 내 맘을 알기도 전 
마음을 접어야 했다. 
하지만 마음을 접는다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인 줄 알았다면, 
더 매달렸을지도, 죽어도 놓치지 않으려고, 
더 붙잡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수 있다는 것이 
거짓말이라는 걸 미리 알았었다면, 
잊으려고 그리 애쓰진 않았을 텐데, 
마음에 익숙해지려고 
상황을 받아들이려고 마음먹었을 때가 돼서야, 
마음속에 더 이상 열지 않아도 되는 
서랍 하나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시간이 지나서,
가끔 먼지를 닦듯
내 이야기 아닌 남 이야기듯 떠들 수 있었을 때, 
한통의 메일을 받았다. 
나로 인해 소중함을 알았다는 그. 
그래서 내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였는지
이제야 그 맘을 깨달았다는 그. 
비로소 그가 행복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추억이란 이름에 저장했다. 
그 마음까지 오는 길이 너무 길어서,
나도 다른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주었을지도,
언젠간 나도 메일을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
누군갈 좋아한다는 게, 
누군갈 사랑한다는 게, 
그저 마음만 있었을 뿐. 
갈 길을 몰랐다. 
방법도 몰랐다. 
마음에 담은 말 한마디 남기고 싶지 않다는 거, 
그래서 후회하고 싶지 않다는 거, 
미련 같은 거 싫다는 거, 
그것만이 마음에 있었던 걸까? 
이유는 달라도,
결국은 
후회하게 되는 것을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아마도 난 사랑과는 아주 먼 거리에 있는 사람일지 모른다.
p.s 영화 '냉정과 열정' 보다가  첫사랑이 떠올랐다.
영화는 그냥 영화일 뿐. 
그래서 모든 것이 너무 그럴듯하다.
실은 잔혹하거나, 평범하거나, 아름답지 않다.
그래서 이별에 해피엔딩은 없다.
 
2016년 3월 16일 수요일.
치유받은 상처는 잊혀지는 걸까?
아니면, 난 상처받은 기억만 잊지 않으려 애썼던 걸까?
오래전 일기를 다시 읽고서,
내가 기억하지 못한 순간을 다시 떠오르게 했다.
완전히 지워져 있었다.
12년 전 일기를 보고 나서 떠올리다니,
문득 그 사람은 어떻게 지내지 궁금해졌다.
시간이 더 지나면 잠깐의 궁금함도 다시 기억하지
않는 순간이 오겠지.
그때 영화를 보고 '열정과 냉정 사이'의 OST를 즐겨 들었다. 그 후 첼로 연주를 좋아하게 된것도 떠올랐다.
잊혔던 기억은 그렇게 순간,
노래에
장면에,
글 한 구절에,
뒤돌아보게 하고,
아름답게도 하고,
아프게도 하고,
아무렇지 않게도 하고,
그렇게 흘려보내기도 한다.
 

사람이란 살아온 날들의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소중한 것은 절대로 잊지 않는다고 난 믿고 있다.  

--------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대사 중------

今はもう別々の人生を歩いている、順正より
이제는 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는, 쥰세이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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